포스트에 포함된 모든 그림은 제가 효과적인 수업진행을 위해 직접 제작하였으며 저작권은 이 블로그의 주인에게 있습니다.
중2-2 삼각형의 내심 단원에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외우고 가장 적게 이해하는 문장이 하나 있습니다. “원의 접선은 접점을 지나는 반지름에 수직이다.” 교과서는 이 문장을 선언하고 바로 다음 문제로 넘어갑니다. 그런데 이 수직이 어디서 오는지 모르면 내심 증명도, 접선의 길이 문제도 전부 암기가 됩니다. 이 글은 그 ‘왜’를 그림 10장으로 따라갑니다. 그림은 전부 제가 아이패드로 직접 그렸습니다.
1. 삼각형에 내접원을 그리면 생기는 것들
특별할 것 없는 삼각형 하나를 그립니다. 정삼각형도 직각삼각형도 아닙니다. 아무 삼각형이나 상관없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.
삼각형 안에 세 변에 모두 딱 닿는 원을 그립니다. 이것이 내접원이고, 그 중심이 내심입니다. 이 순간 이름이 세 개 더 생깁니다. 삼각형의 세 변은 원과 한 점에서만 만나므로 각각 이 원의 접선이 되고, 변과 원이 닿는 점은 접점이 됩니다.
내심에서 세 접점으로 선분을 긋습니다. 접점은 원 위에 있으니 이 세 선분은 전부 반지름이고, 당연히 길이가 같습니다. 여기까지는 아무 논리도 쓰지 않았습니다. 그냥 그린 것입니다.
이제 교과서가 등장해서 세 접점에 직각 표시를 하고 갑니다. “원의 중심과 접점을 연결한 선분은 접선과 수직이다.” 그림은 완성됐고 문제도 풀립니다. 하지만 이 직각은 누가 준 것일까요. 반지름은 그냥 그은 선분이고 접선은 그냥 삼각형의 변인데, 둘이 만나는 각이 하필 90°인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.
2. 왜 수직인가 — 결론부터
답을 먼저 말하겠습니다. 두 종류의 최단거리가 같은 선분 위에서 겹치기 때문입니다. 하나는 ‘점에서 직선까지의 최단거리’이고, 다른 하나는 ‘원의 중심에서 접선까지의 최단거리’입니다. 이 두 가지가 무엇이고 왜 겹치는지를 보려면 삼각형은 잠시 치우고 원 하나만 놓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.
원 하나와 그 아래에 접선 하나. 접선의 정의를 다시 확인해 둡니다. 원과 딱 한 점에서만 만나는 직선입니다. 이 정의에서 곧바로 따라 나오는 사실이 있습니다. 접점을 뺀 접선 위의 모든 점은 원 바깥에 있다는 것입니다. 원 안에 들어가면 직선이 원을 두 번 뚫고 나가야 하니 접선이 아니게 됩니다. 이 사실을 잠시 뒤에 씁니다.
원의 중심을 찍습니다. 질문은 하나입니다. 원의 중심에서 접선까지의 거리는 얼마인가?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‘점에서 직선까지의 거리’라는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부터 정해야 합니다.
3. 첫 번째 최단거리 — 점에서 직선까지
점 A에서 직선으로 선분을 여러 개 그어 봅니다. 왼쪽으로 비스듬한 ①, 오른쪽으로 비스듬한 ②, 그리고 수직으로 내린 ③. 눈으로 봐도 ③이 가장 짧고, 직각삼각형의 빗변이 다른 변보다 길다는 사실로 증명도 됩니다. 그래서 수학은 ‘점에서 직선까지의 거리’를 수선의 길이로 정합니다. 여러 선분 중 가장 짧은 것 하나만 골라 거리라고 부르기로 약속한 것입니다. 이것이 첫 번째 최단거리입니다.
4. 두 번째 최단거리 — 원의 중심에서 접선까지
이번엔 방금 그 그림 위에 점 A를 중심으로 하는 원을 씌웁니다. 파란 직선은 이 원의 접선이 되도록 놓았습니다. A에서 접선 위의 여러 점으로 그은 선분 ①, ②, ③을 다시 봅니다. 접점까지 그은 ③은 정확히 반지름입니다. 그런데 ①과 ②는 원을 뚫고 밖으로 나간 다음에야 접선에 닿습니다. 아까 확인했듯 접점이 아닌 접선 위의 점은 전부 원 바깥에 있기 때문입니다. 원 바깥의 점까지 가는 선분은 반드시 반지름보다 깁니다. 따라서 원의 중심에서 접선까지 그은 선분 중 가장 짧은 것은 접점까지의 반지름입니다. 이것이 두 번째 최단거리입니다.
5. 두 최단거리가 겹친다
이제 두 사실을 포갭니다.
점 A에서 직선까지의 최단거리는 수선이다. 점 A(원의 중심)에서 접선까지의 최단거리는 접점까지의 반지름이다. 한 점에서 한 직선까지 가장 짧은 선분은 하나뿐입니다. 그러니 이 둘은 같은 선분일 수밖에 없습니다. 접점까지의 반지름이 곧 수선이라는 뜻이고, 수선은 정의상 직선과 수직입니다. 그래서 접점에서 반지름과 접선은 수직입니다.
외우는 성질이 아닙니다. ‘가장 짧은 것은 하나뿐’이라는 당연한 사실 두 개가 같은 선분을 가리킨 결과입니다.
6. 이 사실이 내심 문제에서 하는 일
다시 처음 삼각형으로 돌아가면, 내심에서 세 접점으로 그은 세 반지름은 길이가 같고 각 변에 수직입니다. 이 두 가지가 내심 단원의 전부입니다. 길이가 같으니 내심은 세 변에서 같은 거리에 있는 점이고, 각 변에 수직이니 그 거리가 ‘점에서 직선까지의 거리’로 인정됩니다. 여기서 “각의 두 변에서 같은 거리에 있는 점은 그 각의 이등분선 위에 있다”는 중1의 사실을 쓰면 내심은 세 내각의 이등분선의 교점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. 접선의 길이가 같다는 성질, 내접원의 반지름으로 삼각형 넓이를 구하는 공식(넓이 = ½ × 반지름 × 둘레)도 전부 이 수직 위에 서 있습니다.
그러니 내심 문제에서 그림을 보는 순간 할 일은 정해져 있습니다. 내심과 접점을 잇고, 직각 표시를 하고, 세 반지름이 같다고 적는 것. 그 직각이 어디서 왔는지 이제는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.
이 글의 그림 10장은 모두 필자가 아이패드에서 직접 그린 것입니다. 출처를 밝히고 학습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환영합니다.